격국이란 무엇인가 — 월령에서 사주의 틀을 잡는다
사주를 풀 때 이 사주가 어떤 틀로 짜였는지를 먼저 잡는 방식이 있습니다. 격국이라 부르죠. 여덟 글자를 하나씩 뜯어보기 전에 전체 구조에 이름을 붙이는 작업입니다.
격국은 자평명리의 뼈대에 해당하는 개념인데, 용어가 겹치고 갈래가 많아 어렵게 느껴집니다. 이 글은 격을 잡는 순서부터 순용과 역용까지 『자평진전』을 따라 정리합니다. 십성 자체는 십성이란 무엇인가에 적어 두었습니다.
왜 월령에서 잡는가
격은 월지에서 뽑습니다. 태어난 달의 지지죠. 다른 일곱 글자를 두고 왜 하필 이 자리일까요.
월지는 계절을 담은 자리입니다. 사주 전체의 기운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는지를 이 한 글자가 좌우하죠. 신강·신약에서 득령을 첫 기준으로 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심효첨은 『자평진전』 첫머리에서 월령을 사주의 근본으로 삼고, 거기서 무엇이 드러나느냐로 격을 정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격국은 계절이 만들어 낸 틀에 가깝습니다. 같은 일간이라도 어느 달에 태어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격이 되고, 그에 따라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눌러야 하는지가 갈립니다.
격을 잡는 순서
- 월지를 확인하고 그 안의 지장간을 펼칩니다
- 지장간 중에 천간으로 드러난 글자가 있는지 봅니다
- 드러난 글자가 일간에게 어떤 십성인지 대입합니다
- 그 십성의 이름을 따 격 이름을 붙입니다
- 드러난 글자가 없으면 월지의 정기를 기준으로 잡습니다
예를 들어 일간이 갑목이고 월지가 유(酉)라면, 유의 정기는 신금입니다. 신금은 갑목에게 정관이니 정관격이 되죠. 만약 천간에 경금이 떠 있다면 경금은 편관이라 칠살격으로 잡게 됩니다.
여덟 격
| 격 | 월령에서 드러난 십성 | 기본 방향 |
|---|---|---|
| 정관격 | 정관 | 질서를 세워 쓰는 틀 |
| 재격 | 정재·편재 | 다루고 거두는 틀 |
| 인수격 | 정인·편인 | 받쳐 주고 쌓는 틀 |
| 식신격 | 식신 | 내주어 풀어내는 틀 |
| 칠살격 | 편관 | 눌림을 다스려 쓰는 틀 |
| 상관격 | 상관 | 드러내되 조절이 필요한 틀 |
| 양인격 | 겁재가 왕지에 앉음 | 넘치는 힘을 다루는 틀 |
| 건록격 | 비견이 왕지에 앉음 | 스스로 서 있는 틀 |
비견과 겁재는 십성이지만 격 이름이 따로 있습니다. 나 자신과 같은 오행이라 대상으로 삼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 글자가 왕지에 앉은 상태를 건록과 양인으로 부르고 별도로 다룹니다.
내 사주 여덟 글자 뽑아 보기생년월일시로 만세력을 세워 드립니다 →순용과 역용 — 다루는 방식이 갈린다
『자평진전』의 핵심 개념 하나가 여기 있습니다. 격이 되는 십성에 따라 다루는 방식이 정반대가 된다는 것이죠.
정관·재성·정인·식신 넷을 사길신이라 하고, 이들은 살려 쓰는 순용으로 다룹니다. 격이 되는 글자를 보호하고 키우는 방향이죠. 정관격이면 정관을 깨는 상관을 막고 재성과 인성으로 받쳐 줍니다.
칠살·상관·편인·양인 넷은 사흉신이라 하고, 제어해 쓰는 역용으로 다룹니다. 격이 되는 글자를 그대로 두지 않고 눌러서 쓰는 방향이죠. 칠살격이면 식신으로 살을 제어하는 식신제살, 인성으로 살을 흘려보내는 살인상생을 씁니다.
이름 탓에 오해되기 쉬운데, 사길신·사흉신은 다루는 방법의 구분입니다. 칠살격이 잘 짜이면 정관격보다 크게 쓰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효첨이 나눈 것은 순용할 것과 역용할 것이지 좋은 사주와 나쁜 사주가 아니었습니다.
격이 이루어지고 깨지는 조건
『자평진전』에는 「논용신성패구구」라는 장이 있습니다. 격이 이루어지는 것을 성(成), 깨지는 것을 패(敗)라 하고, 깨진 것을 되살리는 것을 구응(救應)이라 하죠.
정관격을 예로 들면, 상관이 정관을 치면 격이 깨집니다. 이때 인성이 있어 상관을 눌러 주면 다시 살아나죠. 재성이 상관과 정관 사이를 이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같은 배치라도 한 글자가 더 있느냐 없느냐로 결론이 뒤집힙니다.
이 구조가 격국론의 핵심입니다. 격 이름만 뽑고 끝내면 아무것도 말한 것이 없습니다. 그 격이 이루어졌는지 깨졌는지, 깨졌다면 구해 주는 글자가 있는지까지 봐야 비로소 판단이 됩니다.
격국과 용신이라는 말이 겹치는 문제
혼란의 큰 원인이 용어입니다. 『자평진전』에서 용신은 월령에서 잡은 격 그 자체를 가리킵니다. 정관격이면 정관이 용신이죠. 그런데 억부나 조후에서 말하는 용신은 사주에 필요한 글자를 가리킵니다. 같은 낱말이 다른 뜻으로 쓰이는 셈입니다.
그래서 사주 풀이를 읽을 때 용신이라는 말이 나오면 어느 쪽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격국 용신인지 억부 용신인지에 따라 가리키는 글자가 달라지니까요. 이 구분은 용신이란 무엇인가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격국으로 다 풀리지 않는 사주
격국론은 강력하지만 모든 사주에 깔끔하게 들어맞지는 않습니다. 월지의 지장간이 여럿 드러나 격이 둘 이상으로 잡히는 경우, 격이 되는 글자가 뿌리 없이 떠 있는 경우, 계절의 치우침이 너무 심해 격보다 조후가 급한 경우가 있죠.
『적천수』는 이런 사정 때문에 격국 이름에 매이지 않고 글자의 왕쇠와 배치로 직접 판단하는 관점을 취합니다. 『궁통보감』은 계절의 한난조습을 앞세우죠. 세 책이 서로 다른 자리에서 사주를 보는 셈이고, 실무에서는 이들을 함께 씁니다.
그래서 격국은 사주를 읽는 하나의 틀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유일한 방법도 아니고 만능도 아니지만, 계절에서 출발해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눌러야 하는지를 체계적으로 잡아 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가장 널리 쓰입니다.
같은 격이라도 갈리는 이유
격 이름이 같은 사주 둘을 놓고 보면 해석이 전혀 다르게 나오는 일이 흔합니다. 이유는 격을 이루는 글자의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죠.
재격을 예로 들겠습니다. 재성이 월령에서 드러났다는 점은 같은데, 한쪽은 일간이 튼튼해 그 재성을 감당할 수 있고 다른 쪽은 일간이 약해 재성에 눌립니다. 앞의 경우는 격이 제 몫을 하지만, 뒤의 경우는 재다신약이라 불리는 상태가 되어 오히려 받쳐 주는 글자가 급해지죠. 격 이름은 같은데 필요한 글자가 반대가 됩니다.
그래서 격을 잡은 뒤에는 반드시 일간의 강약을 함께 봅니다. 신강·신약과 격국은 따로 노는 개념이 아니라 겹쳐서 읽는 두 축이죠. 격이 사주의 틀을 알려 준다면 강약은 그 틀을 감당할 힘이 있는지를 알려 줍니다.
격이 잡히지 않는 경우
월지가 진술축미인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 넷은 지장간이 셋씩 들어 있어 어느 것을 격으로 삼을지 갈리죠. 천간에 드러난 글자가 없으면 정기를 쓰는데, 진술축미의 정기는 전부 토라 격이 뭉뚱그려집니다.
월지가 비겁에 해당하는 경우도 그렇습니다. 나 자신과 같은 오행이라 대상으로 삼을 수 없어 건록이나 양인으로 따로 부르죠. 이때는 격을 잡는 대신 넘치는 힘을 어디로 흘려보낼지를 찾는 방향으로 갑니다.
이런 사주가 드물지 않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격국론이 모든 사주를 덮지 못한다는 뜻이니까요. 격이 잘 잡히는 사주는 격국으로 읽고, 그렇지 않은 사주는 왕쇠와 조후로 읽는 것이 실제 운용 방식에 가깝습니다.
정리
격국은 월지의 지장간에서 드러난 글자를 일간에 대입해 사주의 틀에 이름을 붙이는 방식입니다. 사길신은 살려 쓰고 사흉신은 눌러 쓰며, 격이 이루어졌는지 깨졌는지까지 봐야 판단이 완성되죠.
격 이름 하나로 사주가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정관격이라고 다 같은 정관격이 아니고, 무엇이 함께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심효첨이 성패와 구응에 한 장을 따로 쓴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참고 문헌
- 『자평진전』 「논용신(論用神)」 — 월령을 격으로 삼는 원리
- 『자평진전』 「논용신성패구구(論用神成敗救應)」 — 격이 이루어지고 깨지는 조건
- 『자평진전』 「논정관(論正官)」·「논재(論財)」 — 격별 운용
- 『연해자평』 — 격국 체계의 초기 정리
- 『적천수』 「체용(體用)」 — 격국과 다른 관점의 판단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