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신 궁합 — 궁합의 마지막 관문
일간을 대보고, 일지를 겹쳐 보고, 오행 배치를 견줘 봤다면 남은 것은 하나입니다. 상대가 내게 필요한 글자를 가지고 있느냐죠. 명리에서 그 필요한 글자를 용신이라 부릅니다.
용신 대조는 궁합 절차의 마지막 단계이면서 가장 자주 생략되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앞 단계들은 표만 있으면 뽑을 수 있는데, 용신은 사주 전체를 읽어야 나오거든요. 용신 자체는 용신이란 무엇인가에 정리했으니 여기서는 궁합에 어떻게 쓰는지만 다룹니다.
용신이 궁합의 마지막 관문인 이유
앞 단계에서 나온 결과들은 전부 조건부였습니다. 일간이 합이어도 사주 상태에 따라 읽는 방향이 갈리고, 일지가 충이어도 그 충이 무엇을 건드리느냐에 달려 있었죠. 오행 궁합에서도 없는 오행이 아니라 필요한 오행이 기준이라고 적었습니다.
이 조건부를 걷어 내려면 무엇이 필요한 글자인지를 확정해야 합니다. 그것이 용신이죠. 용신이 정해지면 앞 단계의 결과들이 한꺼번에 방향을 얻습니다. 상대의 일간이 내 용신 오행이면 그 만남은 반갑고, 내 기신 오행이면 부담이 되는 식으로요.
용신 갈래에 따라 대보는 법이 다르다
용신을 잡는 방법은 하나가 아닙니다. 크게 네 갈래로 나누는데, 궁합에 쓸 때 각각 확인할 것이 다릅니다.
| 갈래 | 기준 | 상대에게서 볼 것 |
|---|---|---|
| 억부 | 일간이 강한가 약한가 | 약하면 받쳐 주는 오행, 강하면 덜어 주는 오행이 있는지 |
| 조후 | 차갑고 더운 정도, 마르고 습한 정도 | 내 계절의 치우침을 상대가 덜어 주는지 |
| 통관 | 맞선 두 기운 사이가 막혔는가 | 그 사이를 이어 주는 오행을 상대가 가졌는지 |
| 병약 | 사주를 어지럽히는 글자가 있는가 | 그 글자를 다스리는 오행을 상대가 가졌는지 |
어느 갈래를 우선할지는 사주마다 다릅니다. 『자평진전』은 월령에서 격국을 세우는 방식을 중심에 두고, 『궁통보감』은 계절의 한난조습을 앞세우죠. 겨울에 태어나 사주가 온통 차가운 경우라면 억부보다 조후가 먼저 걸립니다. 그래서 같은 사주를 두고도 사람마다 용신이 다르게 나옵니다.
이 사실은 궁합에 그대로 옮겨집니다. 어느 갈래로 잡았느냐에 따라 같은 두 사람의 궁합이 달리 읽힐 수 있죠. 궁합 결과를 받았을 때 점수만 보지 말고 어떤 근거로 그렇게 읽었는지를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상대가 내 용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
가장 반가운 구조는 상대의 사주에 내 용신 오행이 넉넉히 들어 있는 경우입니다. 특히 상대의 일간이나 일지가 내 용신 오행이라면 무게가 더해지죠. 그 사람 자체가 내게 필요한 기운으로 이루어져 있는 셈이니까요.
다만 넉넉하다는 말에도 조건이 붙습니다. 상대 사주에 그 글자가 있기는 한데 뿌리 없이 떠 있거나, 다른 글자에 눌려 힘을 못 쓰는 상태라면 실제로 내게 건네줄 것이 적습니다. 오행 궁합에서 개수보다 세기가 먼저라고 한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① 상대 사주에 내 용신 오행이 있는가
② 그 글자가 계절과 배치에서 힘을 받고 있는가
③ 그 글자가 상대 자신에게는 부담이 되지 않는가 — 내주는 쪽도 여유가 있어야 오래갑니다
한쪽의 용신이 다른 쪽의 기신인 경우
용신의 반대편에 있는 글자를 기신이라 부릅니다. 그 사주에 부담이 되는 글자죠. 두 사람을 겹쳤을 때 한쪽의 용신이 다른 쪽의 기신에 해당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쪽은 화가 필요한 겨울 사주인데, 다른 쪽은 이미 화가 넘치는 여름 사주라 화가 부담인 경우죠. 앞사람에게 반가운 기운이 뒷사람에게는 짐이 됩니다. 궁합 설명에서 서로 원하는 것이 어긋난다고 표현하는 구조가 대개 이 형태입니다.
그렇다고 결론이 나는 것은 아닙니다. 확인할 것이 남아 있죠. 그 오행이 두 사람 각자의 사주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다른 자리에서 상쇄되는 부분은 없는지를 봐야 합니다. 사주는 여덟 글자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라, 한 오행에서 어긋난다고 전체가 어긋나지는 않습니다.
서로의 용신이 다른 것은 문제가 아니다
자주 나오는 오해 하나를 짚겠습니다. 두 사람의 용신이 서로 다르면 안 맞는다는 말이 있는데, 근거가 없습니다. 용신은 각자의 사주 상태에서 나오는 값이라 다른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나지 않는 한 다를 수밖에 없죠.
실제로 용신이 같은 두 사람은 필요한 것이 같다는 뜻이라, 서로에게서 그것을 구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기도 합니다. 둘 다 화가 필요한데 둘 다 화가 모자라면 채워 줄 쪽이 없으니까요. 이 대목은 일지 궁합에서 다룬 복음과 결이 비슷합니다.
중요한 것은 같은지 다른지가 아니라 맞물리는지입니다. 내가 필요한 것을 상대가 넉넉히 가졌고, 상대가 필요한 것을 내가 넉넉히 가졌다면 서로 다른 용신이야말로 잘 맞물리는 구조죠.
속궁합이라는 말이 원래 가리키던 것
겉궁합은 태어난 해의 납음오행을 맞춰 보는 간이 방식이었고, 속궁합은 그보다 안쪽 기둥인 일주를 중심으로 여덟 글자를 대조하는 방식을 가리켰습니다. 지금 우리가 밟아 온 일간·일지·오행·용신 대조가 바로 그 안쪽 작업이죠.
말뜻이 다른 방향으로 굳어지면서 이 절차가 이름을 잃은 면이 있습니다. 궁합에서 흔히 잘못 아는 것에서 이 오해를 따로 다뤘는데, 여기서 한 번 더 적어 두는 이유가 있습니다. 용신 대조는 궁합에서 가장 품이 많이 드는 단계인데, 그만큼 자주 생략되기 때문입니다.
정리
용신 궁합의 순서를 다시 적으면 이렇습니다.
- 각자의 사주에서 일간이 강한 편인지 약한 편인지 잡습니다
- 태어난 계절을 보고 한난조습이 한쪽으로 몰려 있는지 확인합니다
- 둘 중 어느 축이 더 급한지 정해 용신을 잡습니다
- 상대 사주에 그 오행이 힘 있게 들어 있는지 봅니다
- 반대 방향도 같은 절차로 확인합니다
다섯 번째를 빠뜨리면 한쪽만 보는 궁합이 됩니다. 내게 좋은 상대인지만 확인하고 내가 상대에게 어떤 사람인지는 안 본 셈이니까요. 궁합은 두 방향이 다 있어야 궁합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이겠습니다. 용신은 명리 안에서도 갈래가 많은 주제라 사람마다 다르게 잡힙니다. 그래서 용신 궁합의 결과는 한 가지 읽는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맞습니다. 확정된 판정이 아니라, 두 사람 사이에서 무엇이 맞물리고 무엇이 어긋나기 쉬운지를 미리 헤아려 보는 재료입니다.
참고 문헌
- 『자평진전』 「논용신(論用神)」 — 월령을 기준으로 삼는 격국 용신
- 『궁통보감』 — 계절별 한난조습에 따른 조후 용신
- 『적천수』 「체용(體用)」 — 무엇을 본체로 삼고 무엇을 쓸 것인가
- 『적천수』 「쇠왕(衰旺)」 — 억부의 근거가 되는 왕쇠 판단
- 『명리약언』 「논취운(論取運)」 — 운을 보는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