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강·신약 판별법 — 득령·득지·득세로 나누는 순서
사주를 뽑아 놓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일간이 강한 편인지 약한 편인지 잡는 것입니다. 이 판단이 갈리면 그 뒤의 모든 해석이 반대로 갑니다. 같은 글자가 반가운 글자가 되기도 하고 부담스러운 글자가 되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이 첫 단계가 명리에서 가장 논쟁이 많은 대목이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게 잡히는 일이 흔하죠. 이 글은 널리 쓰이는 세 가지 기준을 순서대로 정리하고, 판단이 갈릴 때 무엇을 우선하는지까지 적습니다.
무엇이 강하고 약한가
먼저 용어를 맞춰 두겠습니다. 신강·신약의 신(身)은 일간을 가리킵니다. 사주에서 나를 뜻하는 글자죠. 일간이 나머지 일곱 글자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으면 신강, 눌리고 있으면 신약입니다.
일간을 돕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나와 같은 오행인 비겁과, 나를 생해 주는 인성이죠. 반대로 일간을 소모시키는 것은 셋입니다. 내가 생하는 식상, 내가 극하는 재성, 나를 극하는 관성입니다. 이 다섯 갈래는 십성과 같은 구조입니다.
| 구분 | 십성 | 일간과의 관계 |
|---|---|---|
| 돕는 편 | 비견·겁재 | 나와 같은 오행 |
| 돕는 편 | 정인·편인 | 나를 생하는 오행 |
| 덜어 내는 편 | 식신·상관 | 내가 생하는 오행 |
| 덜어 내는 편 | 정재·편재 | 내가 극하는 오행 |
| 덜어 내는 편 | 정관·편관 | 나를 극하는 오행 |
여기서 개수만 세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글자마다 무게가 다르거든요. 그래서 세 가지 기준을 순서대로 두는 방식이 자리 잡았습니다.
첫째 — 득령, 태어난 달을 얻었는가
월지를 봅니다. 월지가 일간을 돕는 오행이면 득령했다고 하고, 눌리는 오행이면 실령했다고 하죠. 세 기준 중 가장 무겁습니다.
왜 월지일까요. 월지는 계절을 담은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갑목이라도 봄에 태어나면 계절 전체가 목을 밀어주고, 가을에 태어나면 계절이 금이라 목이 눌립니다. 다른 글자 여럿보다 이 한 자리가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죠. 『자평진전』이 용신을 월령에서 찾은 것도 이 자리의 무게 때문입니다.
실무에서는 이렇게 봅니다. 일간이 목인데 월지가 인·묘(봄)면 득령, 해·자(겨울)면 인성이라 역시 돕는 쪽, 신·유(가을)면 실령입니다. 계절이 일간을 어느 쪽으로 미는지가 기준이죠.
둘째 — 득지, 앉은 자리에 뿌리가 있는가
일지를 봅니다. 일간 바로 아래 글자죠. 이 자리가 일간과 같은 오행이거나 일간을 생하는 오행이면 득지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뿌리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천간의 글자가 지지에 같은 기운을 두고 있으면 뿌리가 있다고 하죠. 뿌리 있는 천간은 쉽게 흔들리지 않고, 뿌리 없는 천간은 겉으로 보이기만 할 뿐 실제 힘이 약합니다. 이때 지지 안의 지장간까지 열어 봐야 정확합니다. 겉 글자가 달라도 안에 같은 오행이 들어 있으면 뿌리로 치거든요.
지장간은 여기·중기·정기로 나뉘고 각각 비중이 다릅니다. 정기에 뿌리를 둔 것과 여기에 살짝 걸친 것을 같은 무게로 세면 판단이 흔들립니다. 지지 12개와 지장간에 각 지지가 무엇을 품고 있는지 표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셋째 — 득세, 나머지 글자들이 내 편인가
월지와 일지를 뺀 나머지 글자를 봅니다. 연간·연지·월간과 시간·시지죠. 이 중에 일간을 돕는 글자가 많으면 득세했다고 합니다.
득세는 앞의 두 기준보다 가볍습니다. 자리가 멀어질수록 일간에 미치는 영향이 줄기 때문이죠. 다만 수가 많으면 무시할 수 없습니다. 득령과 득지를 못 했어도 나머지 글자가 전부 인성과 비겁이라면 신약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내 사주 여덟 글자 뽑아 보기생년월일시로 만세력을 세워 드립니다 →세 기준을 합치는 법
| 득령 | 득지 | 득세 | 대체로 |
|---|---|---|---|
| 얻음 | 얻음 | 얻음 | 신강. 덜어 내는 글자가 반갑습니다 |
| 얻음 | 얻음 | 못 얻음 | 신강 쪽 |
| 얻음 | 못 얻음 | 얻음 | 신강 쪽. 월지의 무게가 큽니다 |
| 못 얻음 | 얻음 | 얻음 | 경계. 조후를 함께 봅니다 |
| 못 얻음 | 못 얻음 | 얻음 | 신약 쪽 |
| 못 얻음 | 못 얻음 | 못 얻음 | 신약. 받쳐 주는 글자가 반갑습니다 |
표의 가운데 줄들을 보십시오. 셋 다 얻거나 셋 다 잃은 사주는 판정이 쉽습니다. 문제는 둘을 얻고 하나를 잃은 경우죠. 이때 사람마다 판단이 갈립니다.
판단이 갈릴 때
가장 자주 쓰이는 원칙은 월지를 우선한다는 것입니다. 계절이 담긴 자리라 무게가 다르니까요. 득령했으면 나머지가 좀 약해도 신강 쪽으로 기웁니다.
다만 이 원칙도 절대적이지는 않습니다. 『적천수』는 「쇠왕」에서 왕한 것 같은데 실은 약하고 약한 것 같은데 실은 강한 경우를 따로 다룹니다. 겉으로 보이는 배치와 실제 세기가 어긋나는 사주가 있다는 뜻이죠. 예를 들어 일간을 돕는 글자가 많아도 그 글자들이 서로 충으로 깨져 있으면 실제로 건네주는 힘이 줄어듭니다.
이럴 때는 강약 판정에 매달리기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편이 낫습니다. 계절의 치우침을 보는 조후죠. 겨울에 태어나 사주가 온통 차가운 경우라면 신강이든 신약이든 화가 급합니다. 용신에서 이 갈래를 정리했습니다.
중화라는 상태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상태를 중화라고 부릅니다. 명리에서 이상적인 형태로 보는 상태이기도 하죠. 어느 한 오행으로 몰리지 않아 운의 흐름에 따라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완전한 중화가 드물고, 대개 어느 쪽으로 조금 기운 상태입니다. 그래서 판정이 애매하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 흔한 결과입니다. 억지로 한쪽으로 몰아 결론을 내면 그 뒤의 해석이 통째로 어긋날 수 있으니, 경계에 있다는 사실 자체를 적어 두는 편이 정직합니다.
개수를 세는 방식이 어긋나는 자리
인터넷의 사주 도구들은 대개 오행 개수를 세어 강약을 표시해 줍니다. 목 둘, 화 하나 하는 식이죠. 편리하지만 여기에는 앞서 말한 무게 차이가 반영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일간이 갑목이고 사주에 목이 셋 있는데 전부 천간에만 떠 있고 지지에는 뿌리가 없다면, 개수로는 목이 넉넉해 보여도 실제로는 흔들리기 쉬운 상태입니다. 반대로 목이 하나뿐인데 그 하나가 월지에 앉아 계절의 힘을 받고 있다면 세기는 앞의 경우보다 큽니다. 『적천수』가 왕쇠를 따로 한 장으로 다룬 이유가 여기에 있죠.
그래서 도구가 알려 주는 개수표는 출발점으로만 씁니다. 표를 본 다음에 각 글자가 어디에 앉아 있는지, 뿌리가 있는지, 다른 글자에 눌리거나 깨져 있지는 않은지를 눈으로 다시 확인해야 하죠. 이 확인을 생략하면 표만 정확하고 판단은 틀리는 상황이 생깁니다.
강약이 정해지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판정이 끝나면 어떤 글자가 반가운지가 바로 갈립니다. 신강이면 덜어 내는 쪽인 식상·재성·관성이 반갑고, 신약이면 받쳐 주는 쪽인 비겁·인성이 반갑죠. 이것이 억부라는 갈래의 뼈대입니다.
이 판정은 운을 볼 때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대운이 열 해 단위로 새 간지를 얹는데, 그 간지가 반가운 쪽이면 흐름이 순해지고 부담스러운 쪽이면 힘이 든다고 읽죠. 그래서 강약을 잘못 잡으면 운 해석 전체가 반대로 갑니다. 첫 단추라는 말이 과장이 아닙니다.
궁합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가 내게 어떤 오행을 건네주는지를 볼 때, 그 오행이 반가운지 부담인지는 이 판정에서 나옵니다. 용신 궁합이 강약 판정 위에 세워지는 구조인 셈이죠.
정리
신강·신약을 잡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월지를 보고 득령 여부를 정하고, 일지에 뿌리가 있는지 확인하고, 나머지 글자들이 어느 편인지 셉니다. 셋을 합쳐 방향을 정하되 월지에 무게를 더 줍니다. 갈리면 조후를 함께 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강조하겠습니다. 신강·신약은 용신을 잡기 위한 중간 단계입니다. 그 자체가 좋고 나쁨을 뜻하지 않습니다. 신강이라 좋다거나 신약이라 나쁘다는 말은 명리 문헌에 없습니다. 강하면 덜어 내는 글자가 반갑고 약하면 받쳐 주는 글자가 반갑다는 것뿐이죠.
참고 문헌
- 『적천수』 「쇠왕(衰旺)」 — 왕쇠를 판단하는 기준
- 『적천수』 「체용(體用)」 — 무엇을 본체로 삼을 것인가
- 『자평진전』 「논용신(論用神)」 — 월령을 기준으로 삼는 이유
- 『궁통보감』 — 계절에 따른 한난조습의 치우침
- 『명리약언』 「논간지(論干支)」 — 간지의 세기를 보는 태도